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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에 ‘춤세라피’ 무료교습 장동현씨

관리자 2012-11-28 조회수 2,232
시각장애인에 ‘춤세라피’ 무료교습 장동현씨

[서울신문 2005-01-17 10:15]



무역회사에 다니는 장동현(오른쪽·38)씨가 지난 14일 서울 삼전동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우 10여명과 함께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서울신문]“어둠 속에 갇힌 시각장애우의 아픔을 춤으로 치료하고 싶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삼전동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춤 세라피(therapy·요법)’를 진행하던 장동현(38)씨와 시각장애우 10여명의 얼굴에는 어린 아이와 같은 행복한 미소가 피어나고 있었다.

“멋지게 추고 싶은데…. 저 잘 하고 있나요?”한 시각장애우가 춤동작을 염려하며 묻자 장씨는 “손끝을 자연스럽게 올리시네요. 아주 잘 하고 있어요.”라며 칭찬으로 화답했다. 그는 “시각장애우가 춤을 통해 잠시나마 아픔을 잊고 밝아지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무역업체 과장 틈틈이 춤강사

중소 무역업체 과장으로 일하는 장씨는 지난해 9월부터 이 복지관에서 틈틈이 시각장애우와 춤세라피를 더불어 나누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서구의 무용치료를 응용해 만들어진 춤세라피는 억눌린 감정과 상처를 춤을 통해 표현하고 치유하는 요법이다.

장씨의 수업이 처음부터 쉽진 않았다. 시각장애우가 머리 속에 춤을 그릴 수 없다 보니 춤 동작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였다.“팔을 움직여 보세요.”라는 장씨의 권유에도 시각장애우는 가만히 서 있는 때가 많았다. 팔을 흔들거나 다리를 움직이는 동작 자체를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럴 때면 장씨는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도록 했다.“바닷가에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다고 상상하고 춤을 추라.”고 했더니 한 장애우는 “바다를 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상상을 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 장씨는 장애우의 팔을 잡아 올리고 무릎을 흔들어 줬다.

강의를 5차례 정도 반복하면 장애우의 몸에도 점차 리듬이 배어 들었다. 노래방에 가서도 뻣뻣하게 있던 장애우가 리듬에 맞춰 춤을 추게 된다. 딱딱하던 몸은 조금씩 유연해지고 어느새 스스로 즐기게 되는 것이다.

춤세라피를 통해 시각장애우는 세상과 부딪히며 느끼는 두려움을 조금씩 이겨낸다. 강모(41)씨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씩 편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모(41·여)씨는 “부모님을 원망하며 처지를 비관했지만, 이제는 부모님이 나 때문에 느꼈을 아픔을 이해하려 한다.”고 털어놨다. 손모(64·여)씨는 “처음엔 제대로 동작이 나오지 않을까봐 망설였다.”면서 “이제는 노래방에서 노래보다 춤을 더 즐겨 추게 됐다.”고 웃었다.

●“이젠 부모님·세상 원망 안해요”

장씨는 시각장애우와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그는 1991년 갑작스레 허리디스크를 앓게 됐다. 병원에 다녔지만 낫지 않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고통을 겪던 장씨는 어머니가 자원봉사를 하면서 알게 된 시각장애우 침술가로부터 매일 무료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석달이 지나자 장씨는 거짓말처럼 완쾌됐다. 이후 그는 시각장애우에게 ‘빚’을 진 심정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을 찾았다고 한다. 평소 명상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지난 2000년 한 수련원에서 춤세라피를 접하고 푹 빠지게 됐다. 처음엔 초등학생에게 춤세라피를 가르쳤다. 학교에서 왕따로 고통받던 어린이는 문화캠프에서 춤세라피를 배우면서 밝은 표정을 되찾았다. 장씨는 “춤세라피를 통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게 됐고 시각장애우와 춤세라피를 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장씨는 현재 서초동 예술심리치료센터에서 춤세라피 지도자과정을 밟고 있다. 장씨는 “올 9월 지도자과정을 마치면 시각장애우뿐만 아니라 지체장애인과도 리듬을 나누며 아픔을 함께 치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