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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요리강습 받다

관리자 2012-11-28 조회수 3,335
시각장애인,요리강습 받다

[한겨레 2005-06-01 22:54]




[한겨레]

서울 송파구 장지여성교실서 3달째 수업
칼질까지 혼자서 척척…봉사자들도 놀라
그들의 눈은 손끝에 달려 있었다.
1일 시각장애인을 위한 요리수업이 한창인 서울 송파구 장지동 장지여성교실.

메뉴는 야채찐빵. 강사 이금자(60)씨가 밀가루를 반죽하고 발효시킨 뒤 빵을 빚어 쪄내는 복잡한 과정을 설명했다.

“밀가루를 한번 만져보세요. 부드럽죠? 그럼 이 감자가루는 어떤가요?” 이씨의 설명에 따라 배순옥(38·송파구 삼전동)씨는 손을 내밀어 그릇 속 하얀 가루를 만졌다. “밀가루는 아주 결이 고운데 감자가루는 좀 거치네요.” 족집게 감별에 자원봉사자들도 놀라는 눈치였다.

선천적 약시인 배씨는 물체의 윤곽만 희미하게 알아볼 수 있다. 모든 음식은 친정어머니의 손길에 전적으로 의지했다. 칼질은 꿈도 못 꿨다. 그러던 배씨가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은 4월 요리교실에 다니면서부터다. 설명을 들으면서 한 가지씩 따라 해보니 재미가 쏠쏠했다. 배씨는 “수업에서 배운 대로 마파두부밥과 쇠고기등심을 집에서 해봤더니 가족들이 너무나 좋아했다”고 말했다.

7년 전 신경계 질환으로 시력을 잃은 윤봉덕(54)씨도 요리에 푹 빠졌다. 윤씨는 10년 전부터 서서히 눈이 나빠져 3년 만에 완전한 어둠 속에 빠졌다. 몇 년 동안은 집안에 틀어박혀 온종일 울었다고 했다. “시각장애인들은 여기저기 다니며 맛있는 요리를 먹어볼 기회가 별로 없어요. 이처럼 여러 가지 다양한 재료로 새로운 요리법을 배우니 너무 즐거워요.” 10년 동안 요리를 가르쳐온 이씨는 “처음에 구청에서 시각장애인들을 가르쳐 보라고 했을 때 걱정 때문에 잠도 못 이뤘다”고 말했다. “하지만 첫 수업을 한 뒤 생각이 싹 바뀌었어요. 눈은 보이지 않아도 다른 감각이 예민하게 발달했기 때문에 칼질, 간 맞추기 등도 얼마든지 혼자 할 수 있어요.” 시각장애인을 위한 요리교실은 두 달 전 3개월 과정으로 처음 시작됐다.

대한적십자사 송파지회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하며 재료 준비, 뒤처리 등을 거든다.

요리교실의 강의 내용은 전자책으로도 출간할 예정이다. 요리교실에 필요한 장보기부터 시작해 매주 강의 내용을 꼼꼼히 정리해 점자문서로 만들어온 서울 시각장애인복지관의 이현주(30) 복지사는 “강의가 끝난 6월 이후 전자책으로 엮어 우리나라 최초의 점자요리책을 출판하겠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